
국가가 올바르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성을 갖춘 자가 통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플라톤의 철학은 군주의 자격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다. 그는 『국가』에서 철학자가 통치하는 ‘철인정치’를 이상으로 제시하며, 지혜와 통찰 없이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혼란에 빠진다고 보았다. 조선 제25대 왕 철종은 강화도에서 평민과 다름없는 삶을 살다가 왕위에 오른 인물로, 그의 통치는 세도정치가 극에 달한 시기와 겹친다. 특히 그는 삼정의 문란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이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지 못했는데, 이 선택은 단순한 무능을 넘어 구조적 한계와 인식의 문제를 드러낸다. 이 글은 철종이 왜 적극적인 개혁을 시도하지 않았는지, 그 판단을 플라톤의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한다.
1.삼정의 문란, 알지 못했던 통치의 본질
철종 시기 조선 사회는 전정, 군정, 환곡으로 대표되는 삼정의 문란이 극심해지며 백성들의 삶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세금은 과도하게 부과되었고, 군역은 불공정하게 운영되었으며, 환곡은 고리대와 다름없는 방식으로 변질되어 민생을 압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왕이 해야 할 역할은 명확하다. 구조를 파악하고,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철종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문제를 인식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판단과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나는 이 지점에서 플라톤이 말한 ‘지혜의 결핍’을 떠올린다. 플라톤에 따르면 올바른 통치는 단순한 선의나 의지가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능력에서 출발한다. 철종은 백성들의 고통을 보았을지라도, 그것이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문제를 ‘현상’으로는 인식했지만, ‘본질’까지 파고들지는 못했다. 결국 그의 통치는 현실을 따라가는 수준에 머물렀고, 구조를 바꾸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는 단순한 소극성이 아니라, 통치에 필요한 인식의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철인정치의 부재, 권력과 지혜의 분리
플라톤은 이상적인 국가에서 권력과 지혜가 결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철종의 시대는 그 반대의 상황이었다. 권력은 외척 세력, 특히 안동 김씨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왕은 형식적인 권위만을 유지하는 위치에 머물렀다. 철종은 왕이었지만, 실질적인 통치자는 아니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그는 스스로 판단하고 국가를 이끌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그 상황을 극복하려 했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그가 어느 순간부터 그 구조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느낀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그 안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익숙해졌을 것이다. 이는 플라톤이 경계한 상태와 매우 유사하다. 지혜 없는 권력은 타인의 판단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국가는 올바른 방향을 잃는다. 철종은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이끌 지혜와 독립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그 결과 권력은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에게 넘어갔고, 그는 그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나는 이것이 단순한 개인의 실패라기보다, 권력과 지혜가 분리된 구조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철종은 그 구조 속에서 중심이 되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도는 존재로 남았다.
3.이상과 현실, 넘어서지 못한 경계
플라톤은 현실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이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철종의 통치는 이상을 향한 움직임보다 현실에 대한 적응에 가까웠다. 그는 삼정의 문란과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이미 형성된 질서를 유지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급격한 개혁은 기존 권력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라톤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태도는 통치자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치자는 단순히 현실을 유지하는 존재가 아니라, 더 나은 상태를 향해 이끄는 존재여야 한다. 철종은 그 경계를 넘지 못했다. 나는 그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기보다,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확신과 방향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보지 못했고, 결국 그 안에서 머무르는 선택을 반복했다. 이는 인간이 익숙한 환경에 머무르려는 경향과도 닮아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명확했다. 국가는 점점 활력을 잃었고, 구조적 문제는 더욱 심화되었다. 철종의 삶은 이상을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끝까지 붙잡지 못했기 때문에 멈춰버린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철종 #조선왕조 #삼정의문란 #세도정치 #조선후기 #한국사 #플라톤철학 #철인정치 #권력과지혜 #인문학글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리스토텔레스가 본 마지막 황제 순종 (한일병합, 덕과 습관, 넘지 못한 경계) (0) | 2026.04.10 |
|---|---|
| 소크라테스의 생각으로 본 고종 (아관파천, 외세 사이의 균형, 왕이라는 자리) (0) | 2026.04.10 |
| 칸트의 논리와 비교해본 헌종 (기해박해, 자유의 부재, 도덕적 책임) (0) | 2026.04.10 |
| 니체의 관점으로 본 순조 (어린 왕, 세도 정치,감당하지 못한 무게) (0) | 2026.04.10 |
| 쇼펜하우어의 눈으로 본 군주 : 정조 (규장각, 개혁군주, 반복되는 역사) (0) | 2026.04.10 |